보도자료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환경에 ‘진심’인 청소년들

관리자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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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율군이 학내에 바다 정화활동 동아리를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류지율군 제공
류지율군이 학내에 바다 정화활동 동아리를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류지율군 제공



지난 3월25일 청소년기후행동은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금융감독원 연수원까지 행진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과제 1순위로 둘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을 돌이킬 수 있는 수준으로 막을 수 있는 시간이 7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임기인 5년은 사실상 기후 대응의 골든타임”이라며 탄소중립기본법 재수립, 2030년 탈석탄 추진, 공항 건설 백지화 등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성세대의 변화를 촉구하며 결석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한 청소년 중심 환경운동단체다.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청소년 환경운동이 한국에서도 저변을 넓혀 나가고 있다.




대구과학고 환경 동아리 ‘산소발자국’ 학생들이 친환경 실천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찍고 있다. 대구과학고 제공
대구과학고 환경 동아리 ‘산소발자국’ 학생들이 친환경 실천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찍고 있다. 대구과학고 제공



바다 청소에 나선 아이들

제주도에 사는 류지율(18·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군은 학내에 바닷가 정화 봉사활동 단체를 만들어 한달에 두번씩 바닷가를 청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살다 제주도로 이주하게 된 류군은 “관광지로 제주도에 놀러 왔을 때는 보이지 않던 해양 쓰레기들을 제주도에 살면서는 많이 보게 되어서 환경단체인 ‘세이브제주바다’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 2년간 동아리 친구들 30여명과 꾸준히 제주 바닷가를 청소해온 그는 “세상에 너무 많은 바다가 있는데다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모르는 해류에 쓸려온 쓰레기를 줍다 보면 제주도에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청소 전 사진과 청소 후 사진을 비교했을 때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에 고민이 많다”는 그는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더 많은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서 에스엔에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에 올라온 제주도 바다 사진을 보면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만 올라와 있다. 하지만 거기서 고개를 살짝 숙여서 바닥을 보면 쓰레기가 엄청 많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이 활동을 하다 보니 가족과 제주도 관광지에 놀러 가도 주변을 둘러보고 일단 쓰레기부터 주운 뒤에 관광을 시작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웃었다.


부산에 사는 이창주(15·동아중)군은 부산의 다대포와 송정 바다의 모래사장을 청소하고 다닌 지 5년째다. 이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이 얼음 위에 위태롭게 떠 있는 것을 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바다 정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플라스틱 제품을 안 쓰려고 노력하는 그는 “쓰레기를 많이 줍다 보니 요즘에는 쓰레기 재활용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대구과학고 환경 동아리 ‘산소발자국’ 학생들이 플라스틱 뚜껑을 색깔별로 분류하고 있다. 대구과학고 제공
대구과학고 환경 동아리 ‘산소발자국’ 학생들이 플라스틱 뚜껑을 색깔별로 분류하고 있다. 대구과학고 제공



환경서약서·환경일기장 쓰는 아이들


대구과학고의 환경 동아리 ‘산소발자국’은 지난해 1년 동안 10여권의 환경 책을 읽었다. <침묵의 봄> <육식의 종말> <오래된 미래> 등 환경 고전부터 <플라스틱 바다>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임계장 이야기> 등의 최신 환경 책까지 두루 읽으면서 휴일에는 환경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또 각자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친환경 실천에 도전하고 그 과정을 밴드에 사진과 글로 올리는 환경일기장을 서로 공유했다.


“지금까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나 지구온난화 등에 대해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기억에 남는 것도, 실천해본 것도 없어서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서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는 곽민수(18)군은 교내에서 아이스팩과 플라스틱 병뚜껑, 폐건전지 등을 모으는 활동을 벌였다. 곽군은 모은 아이스팩을 수레에 싣고 주민센터에 제출하기도 했다. 곽군은 “공강 시간에 수레를 끌고 주민센터에 방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주민센터에 따라 아이스팩을 모아 오면 종량제 봉투나 휴지 등으로 교환해준다는 유익한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은 재활용이 어려운 색깔이 있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플라스틱을 분쇄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에 가져가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기대 이상으로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줘서 뿌듯했다”며 “앞으로 컴퓨터공학을 공부해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데 친환경 실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동욱(18)군은 가족들과 함께 환경서약서를 쓰고 실천했다. 환경서약서에는 ‘플라스틱 뚜껑 모아 분리 배출하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엘리베이터 자제하고 계단 이용하기, 에어컨 대신 선풍기 사용하기’ 등의 조항이 담겼다. 학내 친구들도 환경서약서 쓰기에 동참하도록 캠페인을 벌였다. <플라스틱 바다>라는 책을 읽고 해양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바닷가에서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 활동을 제안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제1회 ‘주니어해양콘퍼런스’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콘퍼런스에서 상도 받고 다른 청소년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도 만나게 되면서, 함께하는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추민성(17)군은 환경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직접 작사한 랩 ‘에코 더 에코’를 만들었다. 이 랩은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변하겠냐’는 회의감 대신 ‘나 하나부터 시작하는’ 의지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벌써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이 랩을 수업 자료로 쓰기도 했다. 추군은 내친김에 이 랩으로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평소 그림 실력을 발휘해 환경 웹툰도 그려서 블로그와 에스엔에스에 올렸더니 주변에서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다양한 환경적 실천법을 알려주는 동영상도 친구들과 함께 제작해 배포했다. 그는 “평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환경을 주제로 한 노래와 영상, 만화 등을 만들게 됐다”며 “대학에 들어가면 환경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과학고 ‘산소발자국’은 이 같은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모아서 최근 <산소발자국을 따라서 지구 지키기>(북크루)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다른 학교에서 독서나 토론 교재로 쓰고 싶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김동욱군은 “나의 생각과 실천을 책으로 정리하고 남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또 남들의 동참을 받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라며 “우리의 실천이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이 환경적 실천을 계속 하게 되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도한 김묘연 교사는 “사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활동이었는데 매달 새로운 걸 알아가고 실천해가면서 아이들이 다달이 달라지고 눈빛이 변해갔다”며 “나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에는 환경에 대해서 너무 크게 생각하다 보니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우리가 이렇게 바뀌어 나가는 걸 보면서 누구든 변할 수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아주 작은 거 하나라도 실천하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을 갖게 된 게 기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처음 열린 ‘제1회 주니어해양컨퍼런스’의 모습. 대구과학고 제공
지난해 처음 열린 ‘제1회 주니어해양컨퍼런스’의 모습. 대구과학고 제공



해양 환경 아이디어 모으는 콘퍼런스


한편 류지율, 이창주, 김동욱, 곽민수군 등은 오는 7월29일에 열리는 ‘제2회 해양주니어콘퍼런스’ 기획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한번씩 회의를 통해 각자의 환경 활동을 공유하면서 더 많은 청소년이 콘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열린 해양주니어콘퍼런스는 미래의 해양과 환경을 지켜나갈 10대 청소년 해양 환경 활동가들을 키워내기 위해 마련됐으며, 올해에도 국내외 청소년들이 연사로 나서 환경 문제에 대해 주제 발표도 하고 아이디어도 모을 예정이다. 이 콘퍼런스는 4월25일부터 5월31일까지 누리집(www.juniorocean.org)에서 해양 환경 보호와 관련된 피켓 동영상을 제출받아서 시상도 한다.


청소년 기획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재윤(17·부산센텀여고)양은 “환경은 나와 가족이 작은 실천부터 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호수와 바다를 만들듯이 우리의 노력과 참여가 있어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394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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